하니족은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계단식 논(테라스 논) 문화를 발전시킨 민족이다. 중국 윈난성 남부와 라오스, 베트남 등에 걸쳐 거주하고 있고 독특한 언어와 종교적 신앙을 지녔다.
하니족의 역사
하니족의 기원은 고대 티베트고원에서 남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한다. 티베트 버마족(Tibet-Burman) 계통의 민족으로 기원전부터 운남성 남부 지역과 베트남, 라오스 북부로 정착해 농경 문화를 발전시켰다.
명 · 청 시대에 하니족과 한족의 교류는 증가했지만 산악 지대에 거주하며 독립적 자치 공동체를 형성했다. 이는 하니족만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이 시기에 완성된 계단식 논 농업 기술은 지금까지도 하니족의 가장 중요한 생활 기반이다.
하니족은 1949년 중국 공산당 정권에서 중국의 정식 소수민족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문화 대혁명(1966~1976) 시기에 하니족의 전통적인 신앙이 탄압받았고, 많은 동파가 사라졌다. 전통 축제와 의식 또한 금지됐다.
이후 1980년 개혁 개방이 이뤄졌고 관광산업의 발달이 이어졌다. 특히 2013년에는 원양의 계단식 논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고,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하니족의 전통 농업 기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니족의 농업, 계단식 논 문화
계단식 논은 1,000여 년을 이어온 농업 방식이다. 해발 1,000~2,000m에 거주하는 하니족은 산악 지역의 특성을 살린 계단식 논을 개발했다. '산을 가꾸고, 물을 저장하고, 숲을 보호하며, 땅을 경작한다'는 계단식 논은 자연을 해치지 않고 오랜 시간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다. 계단식 논의 대표적인 지역은 원양으로 논의 물 공급을 위해 산림 보호와 자연 수로를 활용한다. 벼농사와 함께 옥수수, 감자, 커피 등의 작물을 함께 재배하기도 한다.
하니족의 전통문화
하니족은 3세대 이상이 함께 거주하는 대가족 형태의 가족 단위가 많다. 이는 곧 공동체 생활과 부족 중심으로 사회를 꾸리는 것으로 이어졌다. 한 마을에 10~50가구가 하나의 공동체로 움직였고 마을 내에 공동 창고와 제례 공간, 공동 우물 등 공용 생활을 이어갔다. 공동체 생활은 경제와 생활을 함께 공유하는 전통을 강화했다. 남성과 여성의 성인식을 진행하는 것도 독특하다. 성인이 되면 남성은 특별한 의식을 치르고 농사와 공동체 일에 참여하는 등 사회 구성원의 역할을 했고, 여성은 전통 의복을 착용하는 것이 성인으로 인정받는 기준이 됐다
하니족의 음식
하니족의 전통 음식은 농업 특징을 살린 식재료를 활용한다. 계단식 논을 이용한 벼농사가 생활의 중심이었고 자연스럽게 쌀이 주식이 됐다. 쌀과 함께 어우러지게 먹을 수 있는 돼지고기, 닭고기, 채소, 콩 등을 활용한 담백한 음식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전통 음식으로는 찹쌀을 대나무 통에 넣어 쪄서 먹는 전통 요리인 하니족 찰밥, 하니족 특산물인 산채와 버섯을 볶아 만든 산채 볶음, 야생 찻잎을 발효시켜 만든 허브차인 하니식 차, 돼지고기에 소금과 허브를 사용해 절인 후 발효시킨 발효 돼지고기 등이 있다.
전통 의복
하니족은 지역별로 독특한 복장을 갖췄다. 남성은 검정, 남색 계열의 헐렁한 셔츠와 바지를 입지만 중요한 행사에서는 전통 자수 조끼와 머리 장식을 추가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화려하다. 화려한 자수와 색색의 장식을 단 긴소매 옷과 앞치마를 입고 머리에 은으로 된 장신구를 더한다.
전통 건축
하니족의 전통 건축은 산악에 거주하는 하니족의 특성을 살린 가옥 구조를 갖췄다. 자연을 활용해 산악 지역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돌, 나무, 대나무, 흙벽 등을 활용한 '버섯 모양 집(Mushroom House)'이 그것이다. 3층 구조로 지어진 버섯 모양 집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특성이 있다. 1층은 가축을 기르거나 창고로 사용하고 2층은 침실과 주방이 있는 생활 공간으로 사용한다. 3층은 곡식을 저장하는 저장고 역할을 한다.
하니족의 축제
하니족은 종교적 특징을 담은 전통 축제가 다양하다. 하니족의 새해맞이 축제인 '칼바제'에서는 조상에게 감사를 알리는 제사를 올리고, 6월에는 불을 피워 악귀를 쫓고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등불 축제를 개최한다. 산신제는 산을 신성하게 여기고 주요 산업인 농경 생활의 안정을 바라는 의미에서 진행된다.
하니족의 언어
하니족은 민족 고유 언어인 하니어를 사용한다. 하니어는 티베트 버마어족에 속하는 언어로 지역에 따라 하니어, 아카어, 부니어 등의 방언도 존재한다. 방언의 영향으로 같은 하니족도 어떤 방언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하니족 역시 최근 젊은 계층의 도시 이주와 한족과의 활발한 교류로 인해 한자 사용이 증가했으며, 하니어 보존을 위한 언어 교육과 문서화 작업 등이 이뤄지고 있다.
하니족의 종교
하니족은 애미니즘(자연신앙)과 조상 숭배 사상이 강한 소수민족이다. 태양과 달, 산, 강을 신성시하고 주요 의식에서 자연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또한 하니족 사회에는 베이마로 불리는 부족 주술사가 존재하며 마을 의식을 주관하고 점을 치며 질병을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 인접한 다른 지역의 종교적 영향을 받아 불교 사원과 도교 사당도 존재한다.
현대 사회에서의 하니족의 문화 보존 노력
하니족의 가장 큰 문화 유산인 계단식 논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후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전통 농업 기술 보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점점 설 곳을 잃어가는 하니족의 전통 축제를 관광 상품화해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보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니족 언어와 전통 의식에 대한 기록 역시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했으며,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다방면으로 힘쓰고 있다.